HBM 하나에 공정이 두 개 산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을 흔히 “DRAM을 여러 층 쌓은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절반만 맞다. HBM 스택은 크게 두 종류의 실리콘으로 나뉜다.
- 코어 다이(core die): 실제 데이터를 저장하는 DRAM 셀 층. 여러 장을 수직으로 쌓는다.
- 베이스 다이(base die, 로직 다이): 스택 맨 아래에 깔려, 위의 코어 다이들과 아래의 GPU/가속기를 이어주는 ‘교통 정리’ 층.
핵심은 이 두 층의 공정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코어 다이는 DRAM 셀에 최적화된 메모리 공정으로 만든다. 베이스 다이는 신호·전력·제어 회로가 빽빽한 로직 회로라서, 로직 공정(파운드리에서 쓰는 그 노드)으로 만들 때 이득이 크다.
그래서 뉴스에 “4nm HBM4”, “2nm 베이스 다이” 같은 표현이 나오면, 그 숫자는 대부분 DRAM 셀이 아니라 베이스 다이의 로직 노드를 가리킨다. 같은 제품 이름 안에서도 ‘어느 층을 재는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진다는 것 — 이게 HBM nm 뉴스를 읽는 첫 번째 열쇠다.
왜 베이스 다이를 첨단 로직으로 옮기는가
베이스 다이는 저장을 하지 않는다. 대신 위층 수천 개의 연결선(마이크로범프·TSV)에서 오는 신호를 정리하고, 전력을 나눠주고, 테스트·수리·제어 로직을 품는다. 여기에 트랜지스터를 더 촘촘히 넣을 수 있으면(=미세 로직 공정) 세 가지 여지가 열린다.
- 대역폭 관리: 더 많은 채널·더 빠른 신호를 감당할 회로를 좁은 면적에 넣을 수 있다.
- 전력 효율: 첨단 로직 노드는 같은 일을 더 적은 전력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HBM은 전력·발열이 병목이라 이 이득이 크다.
- 연산 통합 여지: 단순 배선을 넘어 일부 처리 기능을 베이스 다이로 끌어내리는 방향(메모리 근처에서 연산)이 논의된다. 이건 로직 트랜지스터가 많아야 가능하다.
즉 베이스 다이 미세화는 “메모리를 더 촘촘히”가 아니라 “메모리 위의 두뇌를 더 똑똑히” 하는 작업이다. HBM의 부가가치 무게중심이 저장 밀도에서 로직 처리 쪽으로 조금씩 이동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노드 숫자’는 절대 위치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 “베이스 다이를 4nm에서 2nm로 옮기면 성능이 그 비율만큼 좋아진다”는 식의 직선적 해석이다. 실제로는 출발점(어느 노드에서 왔는가) 과 절대 위치(지금 어느 노드인가) 는 다른 축이다. 낮은 데서 출발할수록 ‘한 세대 점프’의 체감 개선폭은 커 보이고, 이미 앞선 데서는 같은 한 걸음이 작아 보인다.
아래는 그 ‘출발점 대 도달점’ 감각을 손으로 만져보는 도구다. 라벨을 베이스 다이 로직 세대로 바꿔 읽으면 된다 — 낮은 기저에서 성장률(%)이 쉽게 커지는 구조가, 노드 점프의 체감 개선을 왜 과대·과소 해석하기 쉬운지 보여준다. 직접 슬라이더를 움직여 보라.
이 위젯이 말하는 건 값 자체가 아니라 읽는 습관이다. HBM 세대 비교 기사에서 “몇 % 향상”을 볼 때, 그 숫자는 출발 노드가 어디였는지에 크게 좌우된다. 절대 성능과 개선률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지 않는 것 — 그게 노드 숫자를 정확히 재는 방법이다.
미세화가 만드는 새 의존: 로직 공정을 누가 대는가
베이스 다이가 로직 공정을 요구할수록, 메모리 회사에는 구조적 질문이 생긴다. 그 로직 공정을 어디서 조달하는가.
- 자체 로직 공정을 보유·확장해 안에서 만들 수도 있고,
- 외부 파운드리에서 첨단 노드를 빌려올 수도 있다.
두 경로 모두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안에서 만들면 통제력은 크지만 첨단 로직 투자가 필요하고, 밖에서 빌리면 최신 노드에 빠르게 접근하는 대신 파운드리 캐파·일정에 얽힌다. 어느 쪽이든 HBM의 부가가치 한 조각이 ‘로직 공정을 대는 주체’ 쪽으로 이동한다는 점은 같다.
이건 특정 회사가 앞선다/뒤진다는 판단이 아니라, HBM이라는 제품의 가치 사슬이 재편되는 개념적 방향이다. 메모리와 로직(파운드리)의 경계가 한 제품 안에서 흐려지고, 그 접점에서 협상력·마진이 새로 배분된다.
정리 — 숫자를 읽을 때 ‘어느 층’부터 묻는다
HBM nm 뉴스를 볼 때 순서는 이렇다.
- 이 숫자는 코어 다이(셀)인가, 베이스 다이(로직)인가? — 대개 후자다.
- 어느 노드에서 어디로 가는가? 개선률은 출발점에 크게 의존한다.
- 그 로직 공정을 누가 대는가? — 여기서 가치 사슬이 갈린다.
이 세 질문만 붙잡아도, 앞으로 몇 년치 HBM 세대 뉴스가 같은 문법으로 읽힌다. 세대 이름은 바뀌어도 ‘메모리 위의 두뇌가 미세화된다’는 구조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ETF를 사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며, 목표가나 방향성을 예측하지 않는다. HBM의 공정 구조와 ‘nm 숫자’가 무엇을 재는지를 개념으로 설명하는 교육 자료다. 실제 제품별 노드·성능 수치는 각 제조사 공식 발표와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