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HBM 평균판매가(ASP), 무려 121% 뛴다.” 이런 헤드라인은 반도체 가격 전망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숫자만 바뀔 뿐 형식은 늘 같다 — 몇 년 뒤 시점을 찍고, 그때까지 몇 % 오른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를 읽는 사람이 거의 항상 두 가지를 혼동한다는 점이다: 누적으로 얼마나 오르는가와 매년 얼마의 속도로 오르는가.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축이다.
121%는 “속도”가 아니라 “도착점까지의 거리”다
먼저 이 숫자가 무엇을 재는지부터 정해야 한다. “2027년 121% 상승”은 대개 어떤 기준연도의 가격을 100으로 놓았을 때, 2027년 가격이 221이 된다는 뜻이다. 즉 누적 상승폭이다. 매년 121%씩 오른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여기서 첫 번째 함정이 생긴다. 사람의 직관은 “121%를 몇 년으로 나누면 연간 속도가 나오겠지”라고 작동한다. 만약 기준이 2025년이고 도착이 2027년이라면 2년, 그래서 “연 60% 정도?”라고 계산한다. 이건 틀렸다. 가격은 복리로 쌓이기 때문이다.
매년 같은 비율 r로 2년 오른다면 최종 배수는 (1+r)²다. 이것이 2.21배(=+121%)가 되려면:
(1+r)² = 2.21 → r = √2.21 − 1 ≈ 0.487
즉 실제 연율은 약 **48.7%**다. “121÷2=60.5%“라는 산술평균 근사보다 눈에 띄게 낮다. 나눗셈은 복리를 무시하기 때문에 연율을 항상 과대평가한다.
누적률과 연율(CAGR)은 다른 축이다
이 둘을 잇는 도구가 CAGR(연평균 성장률, Compound Annual Growth Rate), 즉 기하평균이다.
CAGR = (도착값 ÷ 기준값)^(1/n) − 1
여기서 n은 연수다. 같은 누적 121%라도 n이 몇이냐에 따라 연율이 크게 달라진다:
- 1년이면 연 121% (누적=연율)
- 2년이면 연 약 48.7%
- 3년이면 연 약 30.3%
- 4년이면 연 약 21.9%
똑같은 헤드라인 숫자 “121%“가,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미친 듯한 급등”이 되기도 하고 “꾸준한 두 자릿수 상승”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헤드라인을 볼 때 반드시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1) 기준연도가 언제인가, (2) 도착연도가 언제인가. 이 두 점 사이의 거리가 바로 n이고, n을 모르면 121%는 해석할 수 없는 숫자다.
아래에서 누적률(같은 도착점)과 연율(매년의 속도)이 기간에 따라 어떻게 벌어지는지 직접 움직여 보라. 연수를 늘릴수록 같은 누적 도착점을 만드는 연율은 낮아진다.
기준연도를 바꾸면 같은 도착점도 다른 %가 된다
두 번째 함정은 기준(base)의 위치다. 성장률(%)은 언제나 “무엇 대비”인지가 몸통이다. 분모가 낮으면 같은 절대 상승도 큰 %로 튄다 — 이것이 기저 효과다.
예를 들어 HBM ASP가 2024년에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한 뒤였다면, “2024년 대비 2027년”과 “2025년 대비 2027년”의 %는 전혀 다르다. 2024년이 낮은 저점이었다면 그 대비 상승률은 부풀려지고, 2025년이 이미 높은 수준이었다면 거기서부터의 상승률은 작아 보인다. 도착 가격이 똑같아도 기준을 바꾸면 헤드라인 숫자가 달라진다.
그래서 서로 다른 기관의 “몇 % 상승” 전망을 나란히 비교할 때, 그 %끼리 바로 비교하면 안 된다. 각자 기준연도와 도착연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하려면 전부 같은 기준·같은 기간의 연율(CAGR)로 환산해야 비로소 사과 대 사과가 된다.
왜 이 혼동이 반복해서 시장을 흔드는가
이 오독이 위험한 이유는, “연 121% 급등”으로 읽은 사람과 “3년간 연 30%대 상승”으로 읽은 사람이 완전히 다른 그림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전자는 극단적 과열로, 후자는 견조한 추세로 인식한다. 같은 보고서, 같은 숫자인데 말이다.
게다가 ASP는 순수한 가격만이 아니다. 제품 믹스(스택 높이, 세대 전환), 물량, 프리미엄 티어 비중이 섞인 값이다. 헤드라인의 “121%“가 순수 단가 상승인지, 고사양 제품으로의 믹스 이동이 포함된 수치인지도 별개의 질문이다(이 분해는 별도 가이드에서 다룬다). 여기서 짚는 것은 그 이전 단계 — 누적이냐 연율이냐, 기준이 언제냐라는, 숫자를 읽는 문법 자체다.
정리하면 다음 세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헤드라인 해독의 전부다:
- 이 %는 누적인가, 연율인가?
- 기준연도와 도착연도는 각각 언제인가? (→ n을 구한다)
- 다른 전망과 비교하려면 같은 기준·같은 기간의 CAGR로 환산했는가?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ETF를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며, HBM 가격이 오른다·내린다를 예측하는 글도 아니다. 시장에서 반복되는 “몇 년 뒤 몇 % 상승” 형식의 숫자를 오독 없이 읽는 방법을 다룬 교육 자료다. 실제 전망치의 수용과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