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수익률 667%, AI 메모리 부문 4관왕.” 이런 헤드라인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숫자를 하나의 인상으로 묶는다. 하나는 누적 수익률이고, 하나는 순위(관왕 개수)다. 둘 다 사실일 수 있지만 각각 무엇을 재는지는 전혀 다르다. 이 글은 그 두 숫자를 분해한다.
667%는 ‘상품’이 아니라 ‘창(window)‘을 잰다
누적 수익률은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 두 점 사이의 비율이다. 문제는 이 두 점이 임의로 선택된다는 데 있다. 3년이라는 창을 반도체·메모리 사이클의 저점 부근에서 시작하면, 같은 상품이라도 수익률은 극적으로 커진다. 출발점(기저)이 낮으면 같은 절대 상승폭도 훨씬 큰 퍼센트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저 효과다. 성장률(%)과 절대 위치는 다른 축이다. 낮은 곳에서 출발한 숫자는 회복만 해도 큰 퍼센트가 되고, 높은 곳에서 출발한 숫자는 실제로 더 벌어도 작은 퍼센트로 보인다. 직접 출발점을 움직여, 같은 최종 위치라도 시작점에 따라 성장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만져 보라.
핵심은 667%라는 숫자가 거짓이라는 게 아니라, 그것이 특정 3년 창의 성질이라는 점이다. 창을 6개월만 앞뒤로 옮겨도, 혹은 3년이 아니라 2년·4년으로 바꿔도 숫자는 통째로 바뀐다. 누적 수익률은 상품의 항구적 능력이 아니라, 선택된 구간이 얼마나 유리했는지를 잰다.
‘4관왕’은 ‘분류를 어떻게 잘랐는가’를 잰다
관왕 개수는 순위이고, 순위는 범주(부문)의 설계에 종속된다. AI ETF, 반도체 ETF, 글로벌 테마 ETF, 메모리 특화 ETF — 이런 범주들은 서로 크게 겹친다. HBM 중심 상품이라면 이 겹치는 범주들에서 동시에 상위에 오를 수 있다. 부문을 좁고 많게 나눌수록 1위 자리가 늘어나고, 한 상품이 여러 부문에서 동시에 정상에 설 여지가 커진다.
즉 ‘4관왕’은 그 상품이 네 개의 독립적 경쟁에서 이겼다는 뜻이 아니라, 네 개로 세분된(그리고 상당 부분 중첩된) 범주에서 1위였다는 뜻일 수 있다. 범주가 겹칠수록 관왕 개수는 실질적 우수성보다 분류 설계를 더 많이 반영한다. 이것은 테마 ETF의 커버리지가 넓을수록 여러 범주에 걸치게 되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
높은 수익률은 곧 높은 집중도의 흔적이다
한 테마가 3년에 몇 배가 되려면, 그 테마에 속한 소수 종목이 크게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폭발적 상승은 대개 좁은 집중에서 나온다 — 소수 종목·소수 밸류체인에 자산이 몰린 구조다. 이 집중은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크게 오르게 만든 그 구조는, 국면이 바뀌면 크게 내리게 만드는 구조와 정확히 같다.
그래서 높은 과거 수익률은 ‘안전’의 신호가 아니라 ‘변동’의 흔적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상승과 하락은 대칭적으로 같은 집중도에서 나온다. 수익률 숫자가 클수록, 그 뒤에 있는 변동성과 쏠림도 크게 마련이다. 순위표는 이 변동성의 상방만 잘라 보여주는 스냅숏이다.
세 숫자를 각각 제자리에 놓기
정리하면, 테마 ETF 홍보에서 만나는 숫자들은 각기 다른 것을 잰다.
- 누적 수익률(667%): 시작·종료 시점의 선택을 잰다. 창을 바꾸면 값이 바뀐다.
- 관왕 개수(4관왕): 부문 분류의 설계를 잰다. 범주를 좁게·많게 나누면 개수가 는다.
- 집중도(암묵적): 위 두 숫자가 크다는 것은 소수에 몰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세 축을 분리해 읽으면, 하나의 강렬한 헤드라인이 세 개의 서로 다른 질문으로 풀린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쟀나?” “부문을 어떻게 나눴나?” “무엇에 얼마나 몰려 있나?” 이 질문들에 답을 알아야 숫자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침묵하는지 보인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ETF를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목표가를 제시하거나 앞으로의 방향을 예측하지도 않는다. ‘수익률 1위’와 ‘N관왕’ 같은 지표가 각각 무엇을 재고 무엇을 재지 못하는지를 개념으로 분해한 교육 자료일 뿐이다. 지표를 읽는 사람은 재는 사람이지, 점치는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