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사람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기초지수가 출발점으로 정확히 되돌아왔는데도, 내 계좌는 마이너스가 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분명 지수는 제자리인데 손실이 남습니다. 이 현상을 ‘음의 복리’라고 부릅니다. 레버리지 ETF 음의 복리는 운이 나빠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상품 설계 자체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현상입니다. 이 글은 그 원리를 숫자와 시뮬레이터로 낱낱이 분해합니다.
음의 복리란 무엇인가 — 제자리로 돌아와도 손실이 남는 이유
음의 복리는 기초지수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할 때, 그 등락이 누적되며 수익률을 갉아먹어 누적 손실이 쌓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핵심은 ‘제자리’라는 말에 있습니다. 지수가 100에서 출발해 한 번 빠졌다가 다시 올라 결국 100 근처로 돌아와도, 레버리지 상품은 출발점보다 낮은 곳에 멈춰 섭니다.
왜 그럴까요. 손실과 회복이 같은 비율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100에서 10% 빠지면 90이 되지만, 90에서 다시 100으로 돌아오려면 10%가 아니라 약 11.1%가 올라야 합니다. 떨어진 금액과 올라야 하는 금액의 기준점(분모)이 다른 것입니다. 이 작은 비대칭이 등락이 반복될수록 차곡차곡 쌓입니다. 레버리지는 이 비대칭을 배수만큼 증폭시키기 때문에, 음의 복리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왜 생기나 —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
레버리지 ETF의 정식 약관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일간 수익률의 2배(또는 3배)를 추종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단어가 ‘일간’, 즉 하루입니다. 이 상품은 ‘한 달 동안 지수가 10% 오르면 20%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보장하는 것은 오직 ‘오늘 하루 지수가 1% 오르면 오늘 2%’라는 일 단위 약속뿐입니다.
이를 유지하려면 ETF는 매일 장 마감 무렵 보유 비중을 2배로 다시 맞추는 작업을 합니다. 이것을 일일 리밸런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매일 기준점을 새로 잡아 2배를 맞추다 보니, 어제의 손익이 오늘의 출발선을 바꿔 놓습니다. 수익과 손실이 곱해지는 기준(원금)이 매일 달라지는 것입니다. 하루치로 보면 정확히 2배가 맞지만, 이 하루치들이 며칠·몇 주 누적되면 단순한 ‘2배’에서 멀어집니다. 음의 복리는 바로 이 누적 과정에서 태어납니다.
숫자로 보기 — 10% 내렸다 10% 오르면 왜 −4%인가
말로는 잘 와닿지 않으니 가장 단순한 숫자로 보겠습니다. 기초지수가 첫날 10% 하락하고 다음날 10% 상승하는, 딱 두 번의 등락을 가정합니다.
기초지수(1배)의 경우 — 100만 원에서 시작해 10% 하락하면 90만 원, 다음날 90만 원에서 10% 상승하면 99만 원이 됩니다. 지수는 제자리(10% 빠졌다 10% 회복)인데 결과는 1% 손실입니다. 이것이 앞서 말한 비대칭입니다.
2배 레버리지의 경우 — 같은 날 지수가 10% 하락하면 레버리지는 20% 하락해 80만 원, 다음날 지수가 10% 상승하면 레버리지는 20% 상승하지만 80만 원의 20%이므로 96만 원이 됩니다. 똑같이 ‘10% 빠졌다 10% 회복’했을 뿐인데 일반 상품은 1% 손실에 그치고, 2배 레버리지는 4% 손실을 봅니다.
여기까지는 단 두 번의 등락입니다. 실제 시장처럼 이 등락이 수십 번 반복되면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집니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변동성, 등락 반복 횟수, 레버리지 배율을 움직이면 기초지수와 레버리지 ETF의 두 곡선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그 격차(음의 복리 손실)가 실시간으로 나타납니다.
횡보장이 가장 위험한 이유 — 변동성 끌림(volatility drag)
음의 복리가 가장 무섭게 작동하는 국면은 폭락장이 아니라 방향 없이 위아래로 출렁이는 횡보장입니다. 위로도 아래로도 뚜렷이 가지 못하고 등락만 반복하는 시장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은 눈에 띄게 녹아내립니다. 이렇게 변동성 자체가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현상을 변동성 끌림(volatility drag)이라고 부릅니다.
원리는 앞서 본 비대칭의 반복입니다. 오를 때와 내릴 때의 기준점이 매번 달라지므로, 출렁임이 잦을수록 — 즉 변동성이 클수록 — 손실이 더 빠르게 누적됩니다. 위 시뮬레이터에서 ‘일일 변동성’ 슬라이더만 키워 보면 이 점이 분명해집니다. 같은 횟수를 반복해도 변동폭이 클수록 두 곡선의 간격이 가팔라집니다. 손실이 커진 뒤에는 회복도 더 어렵습니다. 50% 손실을 메우려면 100% 상승이 필요하듯, 깊이 파인 곳에서 원금으로 돌아오는 길은 내려온 길보다 훨씬 가파릅니다.
그래서 레버리지 ETF는 시장이 한 방향으로 꾸준히 오를 때는 강력한 수익을 주지만, 장기 보유하거나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구조적으로 불리합니다. ‘오래 들고 버티면 언젠가 오른다’는 일반 주식 투자의 직관이 레버리지에서는 그대로 통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를 장기보유하면
이 원리를 지금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사례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2026년 5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가 상장되며 막대한 자금이 몰렸습니다. 단일 종목을 기초로 하는 레버리지는 지수형보다 변동성이 훨씬 큽니다. 개별 기업의 실적·업황·수급 이슈에 하루 등락폭이 크게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이 클수록 음의 복리도 커진다는 앞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장기 보유는 지수형보다 더 가파른 변동성 끌림에 노출된다는 뜻이 됩니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SK하이닉스처럼 변동성이 큰 종목을 가정한 프리셋입니다. 같은 보유 기간이라도 변동성을 높였을 때 음의 복리 손실이 얼마나 더 커지는지 직접 비교해 보세요.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이 글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를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상품이 ‘어떻게 작동하고, 왜 장기 보유에 구조적으로 불리한가’라는 작동 원리를 데이터로 설명할 뿐입니다. 음의 복리는 상품의 결함이 아니라 설계된 특성이며, 그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투자 기간·목적에 맞는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투자자 본인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