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점유율 50%“라는 문장은 깔끔해 보인다. 그런데 이 50%는 무엇의 절반인가? 출하한 칩 개수의 절반인가, 벌어들인 돈의 절반인가, 아니면 특정 가속기에 꽂힌 메모리 슬롯의 절반인가? 셋은 전혀 다른 숫자다. 상록수 글로 다룰 가치가 있는 건 이 사건 자체가 아니라, “점유율”이라는 단어가 분모에 따라 어떻게 갈라지는가라는 반복되는 개념이다.
분모가 세 개다 — 물량·매출·탑재
점유율은 항상 “무엇 중의 몇 퍼센트”다. 그 “무엇”이 분모다. HBM에서 분모는 최소 세 가지로 나뉜다.
- 물량점유(비트 기준): 전체 HBM 출하 비트(bit) 중 이 회사가 출하한 비트의 비중. “얼마나 많이 만들어 팔았나.”
- 매출점유(금액 기준): 전체 HBM 매출액 중 이 회사 매출의 비중. “그 물량이 얼마의 돈이 됐나.”
- 탑재점유(디자인윈 기준): 특정 가속기(예: 어떤 GPU 세대)의 HBM 슬롯 중 이 회사가 차지한 비중. “특정 제품에 얼마나 꽂혔나.”
같은 회사가 이 세 축에서 서로 다른 숫자를 갖는 것이 정상이다. 물량으로는 절반이어도 매출로는 더 높거나 낮을 수 있고, 특정 고객에는 압도적이어도 전체 시장에서는 다를 수 있다. 헤드라인이 “점유율 50%“라고만 쓸 때, 그게 어느 축인지는 보통 생략된다.
물량과 매출이 어긋나는 이유 — 제품 믹스
물량점유와 매출점유가 갈라지는 핵심 원인은 제품 믹스다. HBM은 세대(HBM3, HBM3E, 그다음)와 스택 높이(단수)에 따라 개당 금액이 크게 다르다. 고사양·고단수 제품은 개당 비트당 금액이 높다.
따라서 어떤 회사가 고사양 제품에 집중하면, 출하 비트는 상대적으로 적어도 매출은 크게 잡혀 매출점유 > 물량점유가 된다. 반대로 범용·저단수 제품 비중이 크면 물량점유 > 매출점유가 된다. “점유율이 올랐다”는 말이 물량에서 온 것인지 믹스(단가)에서 온 것인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구성비를 바꾸면 집계 점유율이 어떻게 끌려 움직이는지 직접 움직여 보라. 아래는 고사양·범용 두 제품군의 물량 비중을 조절해 매출 집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도구다.
구성 변화와 집계 변화는 산술적 관계입니다. 어느 쪽이 원인인지는 이 그림이 말해주지 않습니다.
핵심은 이것이다: 물량점유 하나만 보고 “돈을 절반 벌었다”고 읽거나, 매출점유 하나만 보고 “칩의 절반을 만들었다”고 읽으면 둘 다 오독이다. 집계값 하나로는 그 안의 구성을 복원할 수 없다.
탑재점유는 또 다른 축 — 단일 고객 ≠ 전체 시장
세 번째 함정은 “엔비디아에 올라탔다”와 “HBM 시장 절반”을 같은 말로 읽는 것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른 분모를 쓴다.
- 탑재점유: 분모가 특정 가속기(또는 특정 고객)의 HBM 수요다. 그 안에서의 비중.
- 시장점유: 분모가 전체 HBM 수요다(모든 고객, 모든 세대).
특정 대형 고객에 집중 공급하면 탑재점유는 매우 높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시장에는 다른 고객·다른 세대·다른 폼팩터가 존재하므로, 탑재점유가 곧 시장점유가 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여러 고객에 고루 공급하면 어느 한 고객의 탑재점유는 낮아도 전체 시장점유는 높을 수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비직관적 포인트: 탑재점유가 높다는 것은 동시에 단일 고객 집중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고객의 슬롯을 크게 차지했다는 사실은, 그 고객의 물량 변동에 매출이 민감해진다는 구조적 사실과 붙어 있다. 이건 좋고 나쁨의 판단이 아니라, 같은 숫자의 다른 얼굴이다.
왜 조사기관마다 점유율이 다른가
같은 시장, 같은 시기인데도 A기관과 B기관의 점유율 숫자가 다른 일이 흔하다. 창작이 아니라 분모 정의의 차이다.
- 분모를 출하 비트로 잡았나, 매출 금액으로 잡았나.
- 분모에 전 세대 HBM을 다 넣었나, 최신 세대(예: HBM3E)만 넣었나.
- 집계 시점이 분기 초인가 말인가, 계약 기준인가 출하 기준인가.
이 셋 중 하나만 달라도 같은 회사의 점유율이 몇 퍼센트포인트씩 움직인다. 그러니 “점유율 X%“를 볼 때 먼저 물을 것은 값의 크기가 아니라 “그 X%의 분모가 무엇인가”다. 분모를 모르면 두 숫자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점유율 50%“를 어떻게 읽나
정리하면 세 가지 되물음이다. 첫째, 이 50%는 물량인가 매출인가 탑재인가. 둘째, 물량이라면 그 뒤의 제품 믹스(단가)는 어떤가 — 물량 점유와 매출 점유의 방향이 갈릴 수 있다. 셋째, 탑재라면 그 분모가 특정 고객인가 전체 시장인가 — 탑재점유는 단일 고객 집중도와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 글은 특정 기업이나 종목을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어떤 회사의 점유율이 더 높다거나 낮다는 평가도 아니다. “점유율”이라는 단어 하나에 세 개의 분모가 겹쳐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분모를 분리해서 읽어야 숫자가 뜻하는 바가 보인다는 개념을 다루는 교육 자료다. 헤드라인의 숫자는 언제나 예시일 뿐이고, 남는 것은 “분모를 먼저 물어라”는 읽기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