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장 하나가 있다. “HBM이 2027년까지 DRAM 웨이퍼 생산능력의 30%를 흡수한다.” 직관적으로 우리는 이걸 “DRAM의 30%가 HBM이 된다”로 읽는다. 그런데 그 30%는 무엇의 30%인가? 웨이퍼(면적)의 30%인가, 아니면 실제 공급되는 비트(용량)의 30%인가? 이 둘은 절대 같은 숫자가 아니며, 그 차이가 범용 DRAM 부족을 설명하는 핵심 산수다.
웨이퍼 점유율과 비트 점유율은 다른 축이다
반도체 공장이 재는 ‘생산능력’의 기본 단위는 웨이퍼다. 한 달에 웨이퍼 몇 장을 밀어낼 수 있느냐가 팹의 물리적 상한이다. “HBM이 웨이퍼 30%“라는 말은 곧 투입 자원(면적·설비·클린룸 시간)의 30%가 HBM에 배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장에 실제로 풀리는 것은 웨이퍼가 아니라 **비트(bit)**다. 소비자와 서버가 사는 것은 면적이 아니라 저장 용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급을 잴 때는 “비트 그로스(bit growth)”, 즉 총 비트 공급량 증가율을 본다.
문제는 같은 한 장의 웨이퍼가 만드는 비트 수가 제품마다 다르다는 데 있다. 웨이퍼 점유율(면적 축)과 비트 점유율(용량 축)은 서로 환산이 필요한 별개의 숫자다. 헤드라인은 대개 앞쪽(면적)을 말하는데, 우리가 궁금한 건 뒤쪽(비트)이다.
HBM은 면적당 비트 효율이 낮다
왜 같은 웨이퍼에서 나오는 비트가 다를까. HBM은 범용 DRAM과 물리적 구조가 다르다.
- 스택(적층): HBM은 DRAM 다이를 여러 장 쌓아 하나의 패키지를 만든다. 여러 다이가 필요하므로 같은 총 비트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웨이퍼 면적을 소모한다.
- TSV와 베이스 다이: 실리콘 관통전극(TSV)이 차지하는 영역, 그리고 로직이 들어가는 베이스 다이는 순수 저장 셀이 아니다. 이 ‘비-셀’ 영역이 웨이퍼 면적을 먹지만 비트로 환산되지 않는다.
- 수율 손실: 여러 다이를 쌓고 본딩하는 공정은 단품 DRAM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 웨이퍼는 투입됐지만 최종 유효 비트로 살아남는 비율이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HBM은 면적당 유효 비트(effective bits per wafer)가 범용 DRAM보다 낮다. 그래서 HBM이 웨이퍼의 30%를 쓴다 해도, 그 30%가 만드는 비트는 전체 비트의 30%가 아니라 그보다 적다.
그래서 부족의 산수가 증폭된다
여기서 비직관적인 지점이 나온다. HBM의 비트 효율이 낮다는 사실은 남은 웨이퍼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체 웨이퍼를 100장이라 하고, HBM이 30장을 가져갔다고 하자. 범용 DRAM에 남는 건 70장이다. 만약 HBM 30장이 만드는 비트가 (효율이 낮아) 전체 비트의 20% 수준밖에 안 된다면, 범용 비트는 80%가 유지될 것 같다. 하지만 함정은 반대편에 있다 — HBM 수요가 늘수록 뺏기는 웨이퍼가 늘고, 웨이퍼 1장이 가져가는 범용 비트의 기회비용은 HBM의 낮은 효율만큼 더 크게 느껴진다. 즉 HBM 웨이퍼 점유율 1%p 증가가 범용에서 빼앗는 비트는 단순 비례가 아니라 ‘면적당 비트 배율’만큼 굴절된다.
아래에서 직접 움직여 보라. 웨이퍼를 HBM과 범용에 나눠 배분하고, 각 제품의 ‘면적당 비트 배율’을 바꾸면, 웨이퍼 점유율(면적)과 비트 점유율(용량)이 어떻게 어긋나는지 집계값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성 변화와 집계 변화는 산술적 관계입니다. 어느 쪽이 원인인지는 이 그림이 말해주지 않습니다.
집계값 하나(예: “HBM 웨이퍼 30%“)만으로는 원인을 구분하지 못한다. 같은 30%라도 HBM 비트 효율이 얼마냐에 따라 시장에 풀리는 범용 비트는 크게 달라진다. 이것이 “웨이퍼 몇 %“라는 헤드라인을 그대로 공급량으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다.
이 개념을 볼 때 확인할 질문들
메모리 공급 관련 발표를 읽을 때, 다음 두 가지를 분리해서 물어보면 숫자가 훨씬 선명해진다.
- 이 %는 면적인가 비트인가? “웨이퍼 생산능력 30%“는 면적, “비트 공급의 30%“는 용량이다. 둘을 섞으면 부족의 크기를 오독한다.
- 면적당 비트 효율은 어떻게 변하나? 스택 높이가 높아지거나(예: 8단→12단→16단) 공정 노드가 미세화되면 웨이퍼당 비트가 달라진다. 같은 웨이퍼 점유율이라도 시점에 따라 비트 함의가 바뀐다.
이 두 렌즈는 특정 회사가 잘한다/못한다가 아니라, 어떤 발표든 공통으로 적용되는 측정 프레임이다. 상록수 개념으로 유효한 이유가 여기 있다 — 회사·연도·수치는 바뀌어도, ‘면적 축과 용량 축은 다르다’는 산수는 반복된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ETF를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메모리 공급량이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는 글도 아니다. ‘웨이퍼 점유율’과 ‘비트 점유율’이 왜 다른 숫자인지를 개념으로 풀어, 뉴스 헤드라인을 스스로 분해해 읽을 수 있게 하려는 교육 자료다. 실제 수치와 배율은 공정·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위젯의 값도 구조를 체감하기 위한 예시이지 특정 시점의 실측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