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두 그룹이 코스피 시총의 71%를 차지한다”는 식의 헤드라인이 반복된다. 숫자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질문은 늘 같다. 지수에 수백 종목이 담겨 있는데, 왜 특정 소수가 지수 전체를 좌우하는가. 이 글은 그 사건 뒤에 있는 반복되는 개념 — 지수 집중도 — 을 판다.
직접 움직여 보세요 — 조건을 바꾸면 두 값이 어떻게 갈라지는지 보입니다.
‘분산’은 종목 수가 아니라 가중치의 분포다
시총가중 지수를 두고 흔히 “수백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문장의 함정은 ‘종목 수’와 ‘분산’을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는 데 있다.
500개 종목이 담겨 있어도, 상위 5개가 전체 가중치의 절반을 차지하면 나머지 495개는 지수의 하루 등락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지수는 종목의 개수가 아니라 가중치의 합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분산의 정도를 재는 정통 척도가 유효종목수(effective number of stocks)다. 가중치를 제곱해 더한 값(허핀달 지수)의 역수로 계산한다. 모든 종목이 똑같은 비중이면 유효종목수는 실제 종목 수와 같아지고, 한 종목에 쏠릴수록 1에 가까워진다. 즉 “명목상 500종목, 유효 30종목” 같은 문장이 성립한다.
집중은 지수의 버그가 아니라 설계된 성질이다
여기서 비직관적인 지점. 지수 집중이 심해지는 건 지수 산출이 잘못돼서가 아니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 그 자체가 오른 종목의 비중을 자동으로 키우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떤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그 종목의 시가총액이 커지고, 시가총액이 커지면 지수 내 비중도 커진다. 별도의 매수 결정 없이, 규칙만으로 승자의 몫이 계속 불어난다. 반대로 부진한 종목은 자동으로 비중이 쪼그라든다. 이것은 “이긴 말에 더 많이 거는” 모멘텀적 성질이 규칙에 내장돼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특정 산업(예: 반도체) 사이클이 강할 때 그 산업의 대형주 비중이 지수에서 부풀고, 지수 = 시장 전체라는 통념과 지수 = 소수 산업의 가중평균이라는 실제가 벌어진다.
명목 종목 수는 그대로인데 가중치 쏠림만 커지면 유효종목수가 얼마나 빠르게 줄어드는지, 직접 슬라이더를 움직여 확인해 보라.
구성 변화와 집계 변화는 산술적 관계입니다. 어느 쪽이 원인인지는 이 그림이 말해주지 않습니다.
패시브 자금은 이 집중을 그대로 따라간다 — 되먹임
집중을 단순한 통계로 끝내지 않고 한 겹 더 파면 자금 흐름의 되먹임이 보인다.
패시브 펀드(인덱스 펀드·ETF)의 원칙은 지수 가중치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다. 지수에서 A종목이 20%면 펀드도 20%를 담는다. 따라서 지수 집중이 심해질수록, 패시브로 들어온 신규 자금은 자동으로 소수 대형주에 더 크게 배분된다.
그 배분된 매수가 다시 그 종목의 시가총액을 키우고, 커진 시가총액이 다음 리밸런싱에서 비중을 또 올린다. 상승 → 비중 증가 → 패시브 매수 → 상승으로 이어지는 순환이다. 이 되먹임은 방향에 대해 중립적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 하락 국면에서는 똑같은 고리가 반대로 작동한다. 집중은 상방과 하방을 모두 소수 종목에 더 강하게 연동시킨다.
여기서 “지수를 산다”는 행위의 의미가 바뀐다. 분산을 사려고 지수를 골랐는데, 집중이 심한 지수에서는 그 선택이 사실상 소수 종목에 대한 집중 노출로 수렴한다. 이것은 좋다/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가 무엇을 들고 있는지 정확히 재는 문제다.
집중도를 실제로 읽는 두 가지 각도
집중도는 하나의 숫자로 요약되지 않는다. 최소한 두 각도로 나눠 봐야 한다.
첫째, 상위 N 종목 비중. “상위 10종목이 지수의 몇 %인가”는 가장 직관적이지만, 상위권 안에서의 분포는 놓친다. 둘째, 유효종목수. 전체 가중치 분포를 하나로 압축해 “실질적으로 몇 종목에 걸려 있나”를 알려준다. 두 지표를 함께 보면 “상위는 무겁지만 그 안에서는 고른가, 아니면 최상위 한둘에 다시 쏠렸나”까지 구분된다.
또 하나의 각도는 산업 집중과 종목 집중의 구분이다. 소수 종목이 무거워도 서로 다른 산업이면 산업 분산은 남는다. 반대로 종목은 여럿이어도 전부 같은 산업이면 산업 집중은 극심하다. 한국 시장처럼 반도체 대형주가 무거운 경우, 종목 집중과 산업 집중이 겹쳐 커지는 특유의 구조가 나타난다.
이 글은 특정 지수·ETF·종목을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집중도가 높으니 위험하다 혹은 안전하다는 판정도 아니다. “시장 지수를 산다”는 익숙한 문장이 데이터상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 분산이 종목 수가 아니라 가중치 분포에서 나온다는 개념 — 를 재는 교육 자료다. 집중도의 방향적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이 글의 범위 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