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이 올랐다 — 그런데 누가 올린 건가
한 후발 메모리 업체의 범용 DRAM 점유율이 오른다는 소식이 나온다. 직관적으로 읽으면 “실력이 붙어서 선두의 몫을 뺏었다”가 된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선두 업체들이 HBM(고대역폭 메모리)으로 캐파를 대거 옮기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장 점유율은 비율이다. 분자(내 물량)가 그대로여도 분모의 다른 참가자가 물량을 줄이면 내 비율은 오른다. 즉 후발주자의 점유율 상승은 최소한 두 개의 서로 다른 원인이 섞인 값이다.
- 쟁취분 — 후발주자가 원가·수율·고객 확보로 실제로 뺏어온 몫
- 비움분 — 선두가 고마진 제품으로 캐파를 옮기면서 범용 시장에서 물러난 자리
한 숫자(“점유율 +X%p”)로는 이 둘을 절대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둘은 지속성이 완전히 다르다.
구성비를 바꾸면 집계값이 끌려간다
점유율은 여러 참가자의 물량을 합친 뒤 각자의 비중으로 나눈 값이다. 참가자 한 곳이 범용 물량을 줄이면(캐파를 HBM으로 이전하면), 전체 범용 파이가 줄고 남은 참가자들의 비중이 자동으로 커진다. 후발주자가 물량을 한 톨도 안 늘려도 그렇다.
아래에서 각 참가자의 범용 물량을 직접 움직여 보라. 선두의 물량만 줄여도 후발주자의 ‘점유율’이 어떻게 끌려 오르는지 — 그게 실력인지 비움인지 — 집계값 하나로는 구분되지 않는다는 걸 손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성 변화와 집계 변화는 산술적 관계입니다. 어느 쪽이 원인인지는 이 그림이 말해주지 않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집계된 점유율은 “원인”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점유율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는 후발주자가 잘한 건지 선두가 자리를 비운 건지 알 수 없다. 그걸 나누려면 같은 기간 선두의 캐파 배분 변화를 함께 봐야 한다.
‘대여된 점유율’과 ‘쟁취한 점유율’
성분을 나누면 지속성의 차이가 보인다.
쟁취한 점유율은 후발주자의 원가 구조, 수율 개선, 고객 관계로 만들어진다. 이건 선두가 다시 캐파를 되돌려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 고객이 한번 승인(qualification)한 공급처를 되돌리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비움분(대여된 점유율)은 성격이 다르다. 선두가 HBM 사이클이 꺾이거나 범용 가격이 매력적으로 변해 캐파를 범용으로 되돌리면, 그 몫은 원위치로 흡수될 수 있다. “대여”라는 표현은 이 되돌아갈 수 있음을 개념적으로 강조한 말이다.
그래서 같은 “+X%p”라도, 비움분 비중이 크면 그 점유율은 선두의 전략적 선택에 의존하는 조건부 점유율이다. 이 구분은 방향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에 의존하는 숫자인가”를 읽는 문제다.
점유율(%)과 기술격차(축)는 다른 것
또 하나 흔한 혼동은 점유율 상승을 기술격차 축소와 같은 것으로 읽는 것이다. 이 둘은 다른 축이다.
- 점유율은 팔린 물량의 비중이다. 범용·저사양 제품이 많이 팔려도 오른다.
- 기술격차는 최신 노드·최고 사양 제품에서 얼마나 뒤처졌는가다.
후발주자가 범용 시장의 비움분을 받아 점유율을 올려도, 프리미엄 티어(최신 노드, HBM급 제품)의 격차는 그대로일 수 있다. 오히려 선두가 프리미엄으로 옮겨가는 동안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 비중이 올랐다 ≠ 격차가 좁혀졌다. 두 문장을 붙여 쓰면 안 된다.
정리하면, 후발주자 점유율 상승이라는 헤드라인을 만날 때 던질 세 질문은 이렇다. ① 이 점유율 상승 중 얼마가 쟁취분이고 얼마가 비움분인가? ② 비움분은 선두의 어떤 선택에 의존하는가? ③ 점유율이 오른 것과 프리미엄 티어 격차가 좁혀진 것은 별개인가?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ETF를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점유율이라는 지표를 어떻게 성분으로 나눠 읽는지에 대한 개념 교육 자료이며, 어떤 회사의 우열이나 향후 방향을 판단하는 근거로 쓰이도록 만든 글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