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뉴스에서 “점유율 33%로 격차를 좁혔다”는 문장은 강한 서사를 만든다. 추격자가 선두를 따라잡는 그림은 직관적이고 극적이다. 그런데 이 문장이 실제로 무엇을 측정한 것인지 뜯어보면,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경쟁 구도가 뒤집혔다”와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이 글은 그 간극 — 점유율(양의 축)과 기술 리더십(질의 축)이 다른 좌표축이라는 개념 — 을 판다.
점유율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먼저 “33%“가 무엇의 33%인지 물어야 한다. 메모리 점유율은 최소한 세 가지 다른 척도로 계산된다.
- 매출 기준 몫: 팔린 금액의 비중. 가격이 오르내리면 물량이 그대로여도 몫이 흔들린다.
- 비트(bit) 기준 몫: 출하한 저장 용량의 비중. 물량 지표에 가깝다.
- 세그먼트별 몫: 커머디티 DRAM, 서버용, 그리고 HBM 같은 고부가 제품을 나눠 본 몫.
같은 회사가 매출 기준으로는 격차를 좁혔는데 최신 세대 세그먼트에서는 여전히 뒤처져 있을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따라잡았다”는 서술은 어느 자를 댔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헤드라인이 어느 기준인지 밝히지 않으면, 우리는 사실 무엇이 좁혀졌는지 모른 채 서사만 받아들이는 셈이다.
양의 축과 질의 축은 따로 논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나온다. 점유율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양)이고, 기술 리더십은 “어느 세대·어느 사양에서 앞서느냐”(질)이다. 이 둘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보장이 없다.
- 커머디티 물량을 늘리거나 가격 하락기에 공격적으로 수주하면 양의 축에서 점유율이 오른다. 그러나 이는 저마진 영역일 수 있다.
- 최신 세대(선단 공정, 최신 HBM 규격)에서 소량이라도 독점적 위치를 가지면 질의 축에서 앞선다. 점유율 숫자는 낮아 보여도 산업 이익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산업 구조를 결정하는 힘 — 가격 결정력, 마진, 고객 선점 — 은 종종 질의 축에 몰려 있다. 그래서 양의 축(점유율)에서 격차가 좁혀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산업 내 위치가 뒤집혔다고 말할 수 없다.
낮은 출발점은 성장률을 크게 보이게 한다
“격차를 좁혔다”는 서술에는 또 하나의 착시가 숨어 있다. 출발점(기저)이 낮으면 같은 절대 변화도 성장률(%)로는 크게 보인다. 뒤처져 있던 세그먼트에서 조금만 확대해도 “몇 배 성장” 같은 표현이 나오지만, 절대 위치는 여전히 선두 아래일 수 있다. 속도(성장률)와 위치(절대 몫)는 다른 축이다.
아래에서 출발점(기저)을 낮게 두고 배율을 움직여 보라 — 성장률은 극적으로 커지는데 절대 위치는 선두를 넘지 못하는 구간이 어떻게 생기는지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이 위젯이 보여주는 것은 간단하다. 성장률이라는 렌즈는 추격자에게 유리하게 왜곡될 수 있고, 절대 위치라는 렌즈로 다시 봐야 “실제로 넘었는지”가 보인다. 두 렌즈를 섞으면 “따라잡았다”가 실제보다 강하게 들린다.
‘역전’을 판정하려면 세 가지를 분리하라
그래서 점유율 뉴스를 읽을 때, 하나의 숫자를 여러 질문으로 쪼개는 습관이 유용하다.
- 측정 기준 — 매출인가 비트인가? 가격 변동의 영향을 받은 숫자인가?
- 세그먼트 구성 — 좁혀진 몫이 커머디티에서 왔나, 고부가에서 왔나?
- 세대 우위 — 최신 공정·최신 규격에서의 상대적 위치는 어디인가?
이 세 가지를 분리하면 “33%“라는 한 숫자 안에 서로 다른 여러 이야기가 겹쳐 있음을 알 수 있다. 격차가 좁혀졌다는 사실은 참일 수 있지만, 그것이 “질의 축에서의 역전”을 뜻하는지는 별도의 질문이다.
이 글은 특정 기업이나 종목을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점유율이 오르니 좋다거나 나쁘다는 판단도 아니다. “점유율”이라는 하나의 지표가 실제로는 여러 축의 정보를 뭉뚱그린 숫자라는 점, 그리고 양의 축과 질의 축을 분리해서 읽어야 산업 구조를 오독하지 않는다는 개념을 설명하는 교육 자료다. 어느 축이 더 중요한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이 글이 답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