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30%“와 “나는 물렸다”는 같은 시장을 재는 두 개의 다른 자
헤드라인은 종종 이렇게 붙는다. “코스피 30% 반등했지만 ETF 투자자는 물렸다.” 언뜻 모순이다. 시장이 30% 올랐는데 어떻게 손실일 수 있나?
답은 두 숫자가 서로 다른 기준점을 재고 있다는 데 있다.
- “지수 +30%“는 대부분 저점(바닥) 대비 반등률이다. 가장 낮았던 지점을 100으로 놓고 잰다.
- “나는 물렸다”는 내가 산 가격 대비 손익이다. 내 매수가를 100으로 놓고 잰다.
만약 내가 고점 근처에서 샀다면, 내 매수가는 저점보다 훨씬 높다. 시장이 저점에서 30% 올라도 내 매수가에는 아직 못 미칠 수 있다. 같은 시장의 같은 상승을 두고, 시장은 “+30%“라고 말하고 나는 “-15%“라고 말한다. 둘 다 거짓말이 아니다. 재는 출발선이 다를 뿐이다.
이 글은 그 어긋남을 세 층으로 분해한다: ① 기준점(시작점) ② 구성(무엇을 담았나) ③ 경로(어떤 순서로 오르내렸나).
첫 번째 층 — 기준점: 저점 반등률과 고점 회복률의 비대칭
가장 먼저 걸리는 함정은 산술 자체에 있다. 하락과 회복은 대칭이 아니다.
100에서 50으로 떨어지면 -50%다. 그런데 50에서 다시 100으로 돌아오려면 +100%가 필요하다. 절반이 날아가면, 되돌리는 데는 두 배가 필요하다.
그래서 “저점에서 30% 반등”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회복이 덜 된 상태일 수 있다. 100 → 60(-40%)까지 빠진 자산이 저점에서 30% 오르면 60 × 1.3 = 78이다. 저점 대비로는 자랑스러운 +30%지만,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22%다. 고점 근처에서 산 사람 눈에는 “아직 한참 남았다”가 된다.
반등률(저점 기준)과 회복률(고점 기준)은 이렇게 다른 숫자다. 헤드라인은 큰 쪽인 반등률을 쓰고, 물린 투자자는 작은 쪽인 회복률을 체감한다. 같은 사건을 두 각도에서 부르는 것뿐이다.
두 번째 층 — 구성: 같은 ‘지수형’도 담은 게 다르다
“지수형 ETF”라는 말은 하나가 아니다. 대형주 지수, 특정 섹터 지수, 배당·가치·성장 지수는 담는 종목과 비중이 전부 다르다. 그래서 “시장 전체”가 30% 올라도 각 ETF가 담은 바구니의 성적은 갈린다.
반도체 ETF가 지수형보다 더 크게 물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특정 섹터에 집중된 ETF는 그 섹터의 진폭을 그대로 받는다. 섹터가 시장 평균보다 더 크게 빠졌다면 낙폭도 컸고, 회복 국면에서 매수가까지 돌아오는 거리도 멀다. 집중도가 높을수록 위아래 폭이 넓어진다 — 이건 좋고 나쁨의 판정이 아니라 분산의 반대말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산술이다.
여기서 아래 위젯을 직접 움직여 보자. 두 곡선의 진폭(변동 폭)을 다르게 주면, 같은 시장 국면에서도 두 바구니의 누적 경로가 어떻게 벌어지는지 손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층 — 경로: 순서가 바뀌면 도착점도 바뀐다
같은 상승·하락을 겪어도 순서가 다르면 최종 손익이 달라지는 상품군이 있다. 대표적으로 레버리지·인버스 ETF다.
이들은 매일 장 마감에 배율을 다시 맞춘다(일일 리밸런싱). 그래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면, 도착점이 같아도 그 사이의 흔들림이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이걸 경로 의존, 또는 음의 복리라 부른다. “지수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레버리지 ETF는 손실”이라는 현상이 여기서 나온다.
지수형 ETF는 경로 의존이 훨씬 약하지만 0은 아니다. 운용보수, 추적오차, 현금 잔량 같은 복제 마찰이 시간이 갈수록 누적된다. 이 마찰들은 하루로 보면 미미하지만, 보유 기간이 길어지면 지수와 내 ETF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벌린다.
정리하면 “지수 +30%인데 나는 물렸다”를 만드는 힘은 세 개다. 어디서부터 쟀나(기준점), 무엇을 담았나(구성), 어떤 순서로 겪었나(경로). 이 셋을 분리해서 보면 모순처럼 보이던 헤드라인이 당연한 산술로 바뀐다.
그래서 무엇을 확인하나 — 세 개의 질문
이 셋을 뒤집으면, 자기 상황을 읽는 체크리스트가 된다.
- 기준점 — 뉴스의 “+30%“는 저점 대비인가 고점 대비인가? 내 손익은 내 매수가 대비다. 둘을 같은 자로 재고 있는지 확인한다.
- 구성 — 내 ETF가 추종하는 지수가 뉴스가 말하는 ‘시장’과 같은 것인가? 섹터·테마형이라면 그 섹터의 진폭을 따로 봐야 한다.
- 경로 — 레버리지·인버스인가? 그렇다면 도착점만이 아니라 오는 길의 흔들림이 결과를 바꾼다.
이 글은 특정 지수형·반도체 ETF를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목표가나 방향 전망도 아니다. “지수가 올랐는데 내 ETF는 왜 안 오르나”라는 흔한 질문 뒤에 있는, 날짜가 지나도 반복되는 세 가지 구조 — 기준점·구성·경로 — 를 개념으로 재는 교육 자료다. 어떤 상품이 좋고 나쁜지는 이 글이 판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