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 34%‘는 양이 아니라 비율이다
헤드라인은 “2035년 첨단 칩 부족이 34%로 줄어든다”고 말한다. 여기서 34%는 몇 개의 칩이 모자란다는 절대량이 아니다. 대부분의 이런 예측은 부족률 = (수요 − 국산 공급) ÷ 수요 라는 비율로 정의된다. 즉 “수요 100 중 34는 국산으로 못 채운다”는 잔차(residual)의 비율이다.
이 정의를 놓치면 두 가지 오독이 생긴다. 첫째, “34%로 줄었으니 공급이 넉넉해진다”는 오독. 사실은 여전히 수요의 34%를 국산으로 메우지 못한다는 뜻이다. 둘째, “34%가 수입 비중”이라는 오독. 못 채운 34% 안에는 수입으로 조달하는 부분과 아예 미충족(수요 파괴)으로 남는 부분이 섞여 있을 수 있다.
핵심은 이 34%가 분자와 분모가 동시에 움직이는 비율이라는 점이다. 같은 34%라도 수요가 폭발하는 국면과 정체하는 국면에서 뜻하는 절대 부족량은 전혀 다르다.
자급률과 부족률은 합이 100%가 아니다
직관적으로는 “자급률 + 부족률 = 100%“일 것 같지만 아니다. 수요를 채우는 경로는 세 갈래다.
- 국산 공급 → 자급률로 집계
- 수입 조달 → 부족(국산 미충족)에는 잡히지만, 실제로는 채워진 부분
- 미충족 수요 → 어느 쪽으로도 안 채워진 진짜 공백
부족률은 보통 “국산으로 못 채운 비율”로 정의되므로, 그 안에 수입으로 메운 부분이 들어간다. 그래서 자급률이 66%로 올라도 부족률(=국산 미충족)이 34%로 남는 구조가 성립한다. 이 둘 사이에 낀 ‘수입’이라는 층을 보지 않으면, 자급률 상승 뉴스를 부족 해소로 곧장 번역하는 실수를 한다.
여기서 비직관적인 지점: 수입이 원활하면 부족률이 높아도 시장은 멀쩡하고, 수입이 막히면 부족률이 낮아도 위기가 된다. 부족률이라는 하나의 숫자는 조달 경로의 안정성을 담지 못한다.
분모가 커지면 같은 국산 공급도 비율이 밀린다
자급률·부족률이 헷갈리는 진짜 이유는 분모(수요)가 고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산 공급량이 그대로여도 수요가 커지면 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떨어진다. 반대로 낮은 기저에서 출발하면 국산 공급이 조금만 늘어도 자급률 %는 크게 뛴다 — 성장률(속도)과 절대 위치(격차)는 다른 축이다.
직접 움직여 보라: 출발점(기저)이 낮을 때 같은 증가분이 얼마나 큰 성장률로 보이는지, 그리고 그 성장률이 선두와의 절대 격차를 얼마나 좁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이 구조 때문에 “자급률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이라는 문장과 “여전히 격차가 크다”는 문장이 동시에 참일 수 있다. 낮은 기저에서는 성장률이 빠르게 나오지만, 절대 격차는 천천히 좁혀진다. 부족률 예측을 읽을 때 “몇 %p 줄었나”보다 “어느 기저에서 줄었나”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대체 곡선은 품목마다 다르다
“첨단 칩”은 단일 물건이 아니다. 최소한 이렇게 갈린다.
- 메모리(HBM·DRAM·NAND): 국산화가 상대적으로 진전된 축. 자급률 곡선이 가파를 수 있다.
- 첨단 로직 파운드리(선단 노드): 노드 격차가 크면 자급 곡선이 완만하다.
- 장비·소재(노광·EDA 툴): 병목이 소수 공급자에 집중돼 대체 곡선이 가장 더디다.
‘34%‘처럼 하나로 뭉친 숫자는 이 서로 다른 곡선을 가중평균한 결과다. 평균이 개선돼도 그 안에서 어떤 축은 거의 안 움직이고 어떤 축만 빠르게 채워졌을 수 있다. 가중평균의 개선을 균질한 개선으로 읽으면 병목 축을 놓친다. HBM 자급률이 오른다는 대목이 눈에 띄더라도, 그것이 첨단 로직·장비의 대체를 대신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런 예측을 읽는 실용적 순서는: ① 부족률의 정의(분자·분모)를 확인 → ② 수입 층이 어디에 잡혔는지 분리 → ③ 품목별 곡선으로 분해 → ④ 기저 효과를 걷어내고 절대 격차를 확인, 이다.
이 글이 하지 않는 것
이 글은 특정 국가·기업·ETF의 주식이나 반도체 종목을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족률 34%” 같은 예측치가 어떻게 정의되고 조립되는지를 개념으로 분해하는 교육 자료다. 미래 자급률이나 부족률의 특정 값을 전망하지 않으며, 어떤 수치도 안심·위험·매매의 근거로 제시하지 않는다. 우리는 숫자를 재는 사람이지, 방향을 점치는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