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DRAM이 ‘로직 문제’를 불러온 이유
평면 DRAM은 저장 셀과 그것을 읽고 쓰는 주변회로(peripheral logic)를 같은 평면에 나란히 배치했다. 셀을 더 촘촘히 넣는 미세화가 한계에 부딪히자(스케일링 벽), 업계는 셀을 위로 쌓는 3D 구조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서 미묘한 전환이 일어난다. 셀을 수직으로 쌓으면, 그 셀을 제어하는 로직을 어디에 둘지가 새 설계 변수가 된다. 유력한 방향 중 하나는 로직을 별도 웨이퍼에 최신 로직 공정으로 만든 뒤, 셀 어레이와 본딩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즉 메모리 성능이 ‘메모리 공정’만이 아니라 ‘로직 공정’의 수준에 함께 묶이게 됐다.
문제는 최첨단 로직 공정이 전통적으로 메모리 기업의 홈그라운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로직 미세공정은 파운드리가 수십 년 축적한 영역이다. 그래서 3D DRAM은 조용히 이런 질문을 던진다 — 이 로직을 누가 만들 것인가.
두 갈래길: 외부 조달 vs 수직통합
메모리 기업 앞에는 크게 두 경로가 있다.
경로 A — 외부 파운드리 동맹. 최신 로직 노드를 이미 양산 중인 파운드리에서 로직 다이를 받아 온다. 장점은 명확하다. 검증된 최첨단 공정에 빠르게 올라탄다. 자체 로직 팹을 짓느라 씨름할 필요가 없다.
경로 B — 내부 수직통합. 로직 공정 역량을 자체 확보하거나 기존 역량을 끌어올려 직접 만든다. 장점은 통제력이다. 설계·생산·타이밍·마진을 안에서 쥔다.
핵심은 이 둘이 ‘좋고 나쁨’이 아니라 맞교환(trade-off)이라는 것이다. 무엇을 얻으면 무엇을 내준다.
| 축 | 외부 파운드리 동맹 | 내부 수직통합 |
|---|---|---|
| 최신 로직 노드 접근 속도 | 빠름 | 느릴 수 있음 |
| 생산·타이밍 통제력 | 나눠 가짐 | 내부가 쥠 |
| 원가 구조(마진 분배) | 외부와 분배 | 내부 흡수 |
| 설계 기밀 | 공유 필요 | 내부 보존 |
| 실패 위험 부담 | 외부와 분담 | 내부가 떠안음 |
같은 3D DRAM이라는 목표를 두고도 기업마다 다른 경로를 택하는 건, 각자 보유한 로직 역량의 두께와 외부 의존을 감수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로직 내재 역량이 얕은 쪽은 외부 동맹의 유인이 크고, 두터운 쪽은 수직통합의 유인이 크다.
‘속도 대 통제력’을 숫자로 읽는 법의 함정
외부 조달의 매력은 흔히 ‘얼마나 빨리 최신 노드에 올라타느냐’로 요약된다. 그런데 여기엔 착시가 하나 숨어 있다. 출발점(현재 보유한 로직 수준)이 낮을수록, 외부 동맹으로 뛰어오르는 ‘개선 폭(%)‘은 극적으로 커 보인다. 개선율이 크다는 게 곧 도달한 절대 위치가 앞선다는 뜻은 아니다.
즉 ‘몇 세대 건너뛰었다’ 같은 성장률 서사와, ‘실제로 어느 노드에 도달했다’는 절대 위치는 다른 축이다. 추격자가 외부 역량을 빌려 큰 % 점프를 보여도, 자체 역량으로 꾸준히 쌓은 선두의 절대 위치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아래는 ‘낮은 출발점이 성장률을 부풀리는’ 그 구조를 직접 만져 보는 위젯이다. 슬라이더로 출발점(기저)을 낮춰 보면, 같은 절대 개선이라도 %가 어떻게 커지는지 보인다.
이 착시를 알면, ‘누가 몇 배 좋아졌다’는 헤드라인과 ‘누가 실제로 어디에 있다’를 분리해서 읽게 된다. 경로 선택을 평가할 때 흔히 섞이는 두 축이다.
이 결정이 실적 어디에 흔적을 남기나
이 선택은 재무제표에 직접 ‘전략 명칭’으로 찍히지 않는다. 대신 세 갈래로 스며든다.
- 원가 구조: 외부 조달은 로직 다이 값을 외부에 지불한다 — 마진이 분배된다. 내재화는 그 마진을 안으로 흡수하되 초기 투자(설비·수율 램프)를 먼저 태운다.
- 출시 타이밍: 최신 로직 노드에 얼마나 빨리 올라타느냐가 제품 경쟁력의 타이밍을 좌우한다. 외부 접근은 빠를 수 있으나 우선순위 경쟁에 놓인다.
- 공급 통제력: 로직을 외부에 의존하면, 그 파운드리의 캐파 배분·우선순위에 자기 로드맵이 부분적으로 묶인다.
이 셋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는 기업의 상황에 달렸고, 그래서 ‘정답’이 하나가 아니다. 관찰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특정 기업의 선택을 두고 ‘옳다/그르다’를 점치는 게 아니라, 어떤 축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주는 구조인지를 분해해 읽는 것이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ETF를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어느 기업의 전략이 우월하다거나 실적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글도 아니다. 3D DRAM 시대에 ‘로직 조달 방식’이라는 반복되는 의사결정 구조가 왜 생기고, 그 맞교환이 어떤 축에서 벌어지는지를 개념으로 정리한 교육 자료다. 개별 기업의 선택은 예시일 뿐이며, 판단과 책임은 읽는 이의 몫이다.